오늘도 쓴다. 오늘 뒤에 ‘은’을 붙일까, ‘도’를 붙일까 망설인다. 글을 안 쓴 날은 있어도 앞으로 영 안 쓰진 않을 테니까, 도가 낫겠다.
방금 막 ‘낫겠다’에서 ‘나’ 밑에 나도 모르게 ㅎ을 붙였다가 얼른 지워버렸다. 그런데 생각해보니 ‘ㅎ’도 영 틀린 건 아니지 싶다. 나는 뭔가 쓰고, 또 내가 쓴 게 뭘 낳길 바라니까 계속 쓰지 않을까. 이렇게 억지로든 아니든 일단 쓴다.
아니, 쓰려고 한다. 그게 좋다고들 하니까. 과학적으로도 그게 좋다고 한다. 그냥 쭉 써내려 가고 나중에 고치든 말든 하라는 거다. 근데 사람 마음 묘하다. 가끔은 그냥 휘갈겨 쓴 게 내심 마음에 들어 도무지 고치고 싶지가 않다.
언젠가는 또 써야지 써야지 생각만 하다가 당최 뭘 쓸 수 없는 날도 있다. 그야말로 좀처럼 써지지 않는다. 영 방법이 없다. 그냥 써야지. 웃긴 게 또 그냥 막 써재끼다 보면 또 써진다. 사람, 참.
시점도 참 애매모호하다. 글을 쓰는 건 난데, 쓰지 않는 나를 탓해야지. 꼭 쓰이질 않는다고 공염불을 왼다. 그런다고 안 쓰는 사람이 갑자기 쓰기를 하나, 안 써지던 게 써지길 하나. 거 참, 그런데 쓰인다는 표현은 또 뭘까?
옛사람들은 창작이란 걸 신이 주는 거라 여긴 모양이다. 영감을 받아 창작하는 예술가를 보고 신들렸다고 여겼다는 건데, 참 재밌다. 그도 그럴 만한 게 어떻게 창작했느냐 물으면 할 말이 뭐 있을까? 그냥 그렇게 됐다고밖에. 쓰였으니 쓰였다 하지.
글을 쓴다. 오늘도 글을 쓴다. 지금은 글을 쓴다. 이렇게 쓰였다.
오늘, 한마디: 쓰면 다 쓰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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